Motor Magazine [2004/03호] Audi A8L 4.2 Quattro 2004-08-16
넓디넓은 뒷좌석 있지만 운전이 하고 싶다 Audi A8L 4.2 Quattro 스트레치드 리무진만큼 넓은 뒷좌석이 있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싶은 마음이 드는 차는 흔치 않다. A8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4.2 콰트로의 롱 휠베이스 버전이 바로 그런 차다. 앞자리의 수많은 편의 장비와 조작의 재미가 있는 MMI 등 뒷자리에 앉으면 운전석이 부럽다. 그만큼 스포티함을 추구한 럭셔리 세단이지만 광활한 공간에 안 어울리게 편의 장비가 부족한 감도 있다. A8 L 4.2 콰트로는 휠베이스가 늘어나 더욱 당당해졌지만 활기찬 운동 성능은 오너를 위해 그대로 존재한다. 요즘 고급 세단의 흐름 중 하나는 하이 오너를 위한 컨셉트이다. 그만큼 자가 운전이 늘어나 기사에게 운전을 맡기고 점잖게 뒷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여기에는 시대가 바뀌어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벤츠 S 클래스도 늘씬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차의 성격이 하이 오너용으로 변했다. 비슷한 급의 다른 고급 세단들도 쇼퍼 드리븐보다는 오너 드리븐이 더 어울리는 컨셉트로 가고 있다. 아우디 A8은 이런 흐름에 있어 가장 앞선 성격을 갖고 있다. 고급 세단 분야에서 벤츠, BMW보다 후발 주자이기도 하지만 우선 스타일링에서 가장 젊다. 그리고 파워트레인의 성격이 다른 라이벌보다 가장 스포티하게 다듬어져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스포티함이 고급 세단에서는 단점이 되었겠지만 이제는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차의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가 130mm 늘어난 4.2 콰트로 롱 버전은 이런 기존의 컨셉트와 다소 부합되지 않은 면은 있으나, 최고급 세단의 필수 요소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리무진 부럽지 않은 뒷좌석 공간 뉴 A8은 스포티한 실루엣 때문인지 실제보다 차가 작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허나 허리가 130mm 늘어난 롱버전은 차에 탔을 때보다 달리는 모습을 밖에서 보았을 때 그 크기가 실질적으로 다가온다. 스포티한 매력과 고급 세단의 당당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또 옵션으로 19인치 휠을 신고 있지만 별로 커보이지 않고, 앞뒤 오버행도 대형 세단치고는 짧은 편이다. 4.2 콰트로는 재작년 독일 현지에서 이미 타보았고 3.7 콰트로도 얼마전 시승했기 때문에 뒷좌석에 먼저 올랐다. 자동차, 특히 실내에 있어 1cm의 영향은 정말 크게 다가온다. 그런데 길이가 13cm 늘어났으니 그 느낌은 얼추 짐작할 수 있으리라. 다리를 꼬고 앉아도 레그룸이 충분한 뒷좌석은 리무진을 연상케 하며, 센터 터널이 높이 지나가 느낌이 더욱 그러하다. 도어도 90도 가까이 열려 VIP를 모시기에 부족함 없다. 근데 모시긴 모셨는데 그 다음이 문제다. 화려한 앞좌석에 비하니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편의 장비가 다소 부족하다. 이정도 가격과, 이정도 공간의 차를 선택하는 한국의 오너라면 부족하다고 느낄게 틀림없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벤츠 S350의 경우도 뒷좌석 편의 장비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테이블과 간소한 멀티미디어 장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달랑 시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한 블라인드는 직접 오버 헤드 콘솔과 도어 스위치를 통해 전동식으로 작동 할 수 있으며, B 필러에 달린 벤트 바로 앞에는 별도의 포켓도 마련되어 있다. 또 전동식 시트는 공간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상하, 앞뒤, 럼버 서포트까지 다양하게 움직일 수 있어 취향에 맞는 가장 편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 실내 소재의 고급스러움과 짜임새는 여러번 얘기한 대로 최고 수준이다. 또 손끝에 닿는 버튼들의 작동 촉감도 짝짝 달라붙는다. 차갑지만 감성적인 면도 있다.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의 뒷좌석은 그야말로 편안하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극히 억제되어 있고 탄탄한 하체와 제대로 설계된 최고의 시트 덕분에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편안하기만 하다. ‘컴포트’의 안락함과 ‘다이내믹’의 스포티한 승차감을 골라가면서 맛볼 수 있는 것은 큰 메리트다. 편하긴 하지만 뒷좌석에서 바라본 앞쪽의 풍경이 너무 화려해 운전하는 사람이 새삼 부럽다. 또 이미 여러 차례의 시승을 통해 A8의 다이내믹한 느낌을 손과 발이 기억하고 있는지라 못참고 운전대를 잡았다. 휠베이스 늘었지만 운동 성능에는 변함없어 뉴 A8이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컨셉트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타이어이다. A8 L 4.2 콰트로는 옵션으로 준비된 255/40ZR/19 사이즈의 신발을 신고 있는데, 타이어는 다름아닌 피렐리 P-제로 로쏘이다. P-제로 로쏘는 무치엘라고 등의 수퍼카 등에 OEM으로 들어가는 타이어로 소음 등의 승차감보다는 운동 성능 위주의 컨셉트를 갖고 있다. 피렐리 P-제로 시리즈의 접지력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A8 4.2는 정말 날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 크기가 와닿지만 실제로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대형 세단인 것을 잊는다. 그만큼 날렵하게 움직인다. 고회전 지향의 V8 엔진과 가장 효율좋은 ZF의 6단 AT는 궁합이 정말 찰떡이다. 차는 처음부터 속도 제한되는 250km/h까지 한결같은 가속력을 선사하며, 수동 모드를 잊을만큼 언제나 힘차다. A8 전의 아우디는 대부분 느슨한 기어비를 갖고 있지만 A8은 보다 타이트하다. 1단의 기어비도 커 수동 모드의 스탠딩 스타트에서는 몸이 시트에 바짝 붙을만큼 기운차며, 4단에서 220km/h까지 멈칫거림없이 순식간에 가속된다. 반면 6단 100km/h 항속에서는 회전수가 1,800rpm에 불과해 크루징에도 적합하다. 엔진은 7,000rpm 근처까지 적극적으로 올라가고 이때도 힘의 처짐이 느껴지지 않는다. A8의 V8 4.2 블록은 클래스에서 가장 스포티하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도 운동 성능은 여전하다. 가속과 함께 믿음을 주는 코너링은 고급 세단의 모습이 아니다. 코너링 중 스티어링 조작의 실수로 인한 언더스티어가 발생해도 금방 자세를 바로잡는 콰트로와 ESP는 운전자의 운전 실력을 돋보이게 하는 숨은 일꾼이다. 또 이런 운동 성능은 단단한 섀시와 잘 조율된 서스펜션, 그리고 타이어의 영향도 크다. P-제로 로쏘는 소음이 불만일 수 있지만 접지력으로 십분 보상한다. A8 L 4.2 콰트로는 고급 스포츠 세단이면서 리무진의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는 욕심쟁이이다. 그러나 A8은 12기통의 6.0 콰트로가 아니라면 숏 휠베이스의 선택이 더 적절해 보이지만 국내에 4.2는 롱 버전만 선보이는 것이 아쉽다. 노멀 휠베이스의 A8도 뒷좌석 공간은 충분하고, 앞좌석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성과 운전의 재미를 놓치기 아까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