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좀 흘렀나 보다. TT쿠페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감동이 이제는 많이 무디어 졌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신차들 속에서 한 눈에 반할 만한 모델은 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TT 이후 한 동안은 한 눈에 반한 차가 별로 없었다. 최근에 와서야 또 다시 많아지고 있지만… 그 만큼 TT는 기자의 눈에 강력한, 아니 황홀한 인상을 남겼었다. 글,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사진 실장) 작고, 예쁘고, 그러면서 빠르고… TT쿠페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로드스터는 99년이다. TT라는 이름은 20세기 초반 영국의 ‘만’섬에서 열린 투어리스트 트로피(Tourist Trophy) 라는 자동차 경주를 기리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너무나 예쁜 디자인을 하고 등장한 TT쿠페는 등장과 함께 작은 스캔들에 휩싸였다. 출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에서 몇 건의 사고가 보고 되었고 이는 차량의 결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TT는 약간의 수술을 거쳤다. 서스펜션을 보강하고, 전자식 자세 안정장치인 ESP를 더했다. 디자인적으로는 그 완벽하던 엉덩이에 뿔을 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랬다. 스포일러가 달리지 않았던 초기 TT 쿠페의 엉덩이는 너무 예뻤다. 아니 그 엉덩이가 TT쿠페의 전체를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그런데 엉뚱(? 엉덩이가 뚱뚱한 모양이긴 했지…)하게도 옆에서 보면 뿔 같은 가느다란 스포일러가 더해진 것이다. 디자인을 이해 못하는 일부 튜닝매니아들이 달았을 법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나마 거대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국내에는 스포일러가 달린 모델부터 고진모터 임포터를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가끔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들어온, 스포일러가 달리지 않은 초기의 TT 쿠페를 볼 때면 묘한 흥분이 인다. TT로드스터는 판매에 앞서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먼저 데뷔했다. 이제는 007 시리즈와 함께 스파이 영화의 대명사가 된 미션 임파서블 2를 통해서다. 영화 초반 탠디 뉴튼이 탄 TT로드스터가 톰 크루즈의 포르쉐 911 카브리올레와 산길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은 오우삼표 닭살 액션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전세계에 TT로드스터를 소개하는 영상으로는 효과 만점이었다. 비록 TT로드스터만큼 예쁘지 못했던 여주인공이 옥의 티였지만… TT쿠페와 로드스터는 데뷔 초 두 가지 엔진 사양을 선보였다. 둘 다 4기통 5밸브 1.8리터 고압 터보 엔진으로 기본형은 최고출력 180마력을 내며 고성능형은 트윈 인터쿨러를 더해 220마력을 낸다. 굴림방식은 180마력형은 앞바퀴 굴림과 AWD인 콰트로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220마력형은 콰트로만 제공되었다. 트랜스미션은 180마력형에는 5단 수동이, 220마력형에는 6단 수동이 각각 얹혀 차의 성격에 맞는 조합을 이루었다. 특이하게도 자동변속기가 없는 몇 안 되는 모델중의 하나였다. 국내에 처음 수입될 당시 수입차 중에서는 수동변속기 모델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수동 5단 변속기를 장착한 TT쿠페는 매니아들에게 반가운 존재였었다. 하지만 수동 변속기를 향한 단꿈(?)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사실 매니아들이야 수동변속기를 좋아하지만 TT처럼 예쁜 스포츠카를 갖고 싶어하는 일반 소비자나 특히 여성 고객에게는 자동 변속기가 없는 것이 큰 핸디캡이었었다. 결국 02년 9월 팁트로닉 6단 변속기를 장착한 쿠페와 로드스터가 선을 보였고 03년 1월에는 국내에도 선을 보이게 되면서 이제는 수동 변속기 모델은 수입조차 되지 않게 되고 말았다. 이 후 보다 고성능 모델에 대한 니즈에 맞춰 V6 3.2리터 250마력 엔진에 세미오토 변속기인 6단 DSG를 탑재한 TT쿠페 3.2 DSG가 선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쿠페와 로드스터 모두 180마력 FF 팁트로닉 5단 모델만 들어오고 있다. TT로드스터를 이야기하면서 또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소형 로드스터 전쟁이야기일 테다. 90년대 중반 포르쉐 박스터, BMW Z3, 벤츠 SLK 3파전으로 시작된 강력한 로드스터 폭풍의 후발주자로 가세한 TT 로드스터는 빠지지 않는 디자인과 경쾌한 달리기성능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로드스터 전쟁도 2차전에 돌입한 상태. Z3가 가장 먼저 Z4로 진화했고, SLK는 초 고성능 수퍼카 SLR의 이미지를 더한 뉴 SLK로 모습을 바꾸었다. 최근에 박스터도 986 모델의 후속인 987 모델을 선보여 초기 3파전의 주인공들은 모두 2세대로 바뀐 상태다. TT도 이미 뉴 모델 사진이 공개될 정도로 모델 체인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새롭게 선보일 2세대 TT는 아우디의 최신 디자인 트랜드이며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은 싱글 프레임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컨셉트카 누볼라리 콰트로를 연상시키는 보디라인과 6단 DSG로 무장해 곧 등장할 예정이다. 오늘 시승한 차는 TT로드스터 6단 팁트로닉 FF 모델이다. 최근에 새로 마련한 시승차여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다. TT는 이미 여러 번 쿠페와 로드스터, 수동과 자동 모델을 시승해 본 터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최근 아우디의 디자인 트랜드가 새롭게 변화했고, TT도 출시된 지 충분한 시간이 흘러 곧 모델 체인지를 앞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시 한번 더 아름다운 TT로드스터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고 아담한 차체에 곡선이 절묘하게 타고 흐르는 보디라인은 여전히 예쁘다. 둥글기만 하면 심심해질 수 있는 차체에 포인트가 되는 예리한 선의 블랙 베이스 헤드램프도 여전하다. 하지만 굳이 모델 체인지를 기다리지 않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클리어 타입 제논램프로 바뀌지 않은 부분은 다소 아쉽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타원형의 플래그타입 사이드 미러는 둥근차체와 잘 어울릴 듯 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입체감을 잘 살린 앞 뒤 돌출형 펜더는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멋진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리어 스포일러는 이제 제법 잘 어울린다. 오히려 스포일러가 없으면 더 이상하게 보일까? 7스포크 알루미늄 휠은 6단 팁트로닉 모델이 소개되면서 함께 더해진 디자인으로 원래는 5 스포크의 두가지 디자인이 있었다. 휠 중앙과 연료 주입구에 있는 볼트 자국이 있는 원형 알루미늄 장식은 국내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디자인 요소다 이러한 디자인 중심적인 패키징은 실내에서 더 빛을 발한다. 눈에 보이는 부분중에서 원이 아닌 것을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검정색 가죽으로 꾸민 실내 곳곳에 마련된 알루미늄재질의 장식들은 외부 이미지와 어울려 미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서 유독 TT는 은색이 잘 어울리는 지도 모르겠다 우선 근육질의 세미 버켓 타입 가죽 시트가 눈에 들어온다. 시트 쿠션은 단단한 편이며 몸을 잘 지지해 준다. 시트 조절은 모두 수동으로 작동되는데 등받이 리클라이닝의 경우 다이얼 식이어서 정밀한 조절이 가능하지만 좁은 공간에 마련된 다이얼을 돌리기 위해서 손을 집어 넣는 것은 다소 불편하기도 하다. 로드스터의 경우 어차피 2인승인데다 뒤쪽공간에 여유가 없어 리클라이닝을 많이 사용할 일은 없을 듯하지만. 오디오에는 알루미늄으로 된 커버가 있어 덮어놓았을 때가 더 멋지다. 하지만 볼륨 조절이라도 하려면 커버를 열어야 하므로 이왕이면 스티어링 휠에 오디오 리모컨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팁트로닉 변속 버튼이 좌우에 각각 마련되어 있다. 포르쉐와 같은 방식이면서 디자인은 올로드 콰트로 2.7T, A6 2.7T 콰트로와 같은 모양이다. 스티어링 휠은 수동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이 가능해 체형에 맞는 운전 자세를 잡기 좋으며, 손 잡는 부분을 볼록하게 만들어 그립과 재미를 더했다. 송풍구 주위를 감싼 은색 동그란 부분은 처음 나왔을 땐 맨 위의 버튼을 눌러서 돌리며 바람 방향을 조절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버튼 모양만 있고 누르지 않고 그냥 돌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재미있는 설정이었는데 원가 절감에 희생된 듯하다. 원형 알루미늄 장식이 더해진 곳 중 가장 백미는 사실 변속기 하우징이었다. 적어도 수동변속기가 달렸을 때까지는… 똑 바로 선 짧은 변속기 레버 끝에도 알루미늄 볼이 장식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같은 모양의 하우징이면서도 가운데가 더 복잡해진 자동 변속기는 멋스러움이 사라져 아쉽다. 소프트탑은 앞 쪽 가운데 있는 레버를 돌려서 잠금 장치를 풀고 센터 터널 뒷 부분에 있는 버튼을 눌러 전동으로 여는 방식이다. 접힌 탑은 전동으로 작동되는 커버 없이 시트 뒤쪽 공간에 바로 수납되므로 작동에 걸리는 시간이 빠르다. 하지만 탑이 열릴 때 뒤집어져서 탑 내부가 하늘로 향하게 접히고 커버를 씌우려면 트렁크에 있는 별도의 커버를 수동으로 직접 씌워야 해서 불편하다. 최근에는 이런 형태의 탑의 경우 탑이 열리면서 뒤집어지지 않고 똑바로 접혀서 커버역할까지 동시에 하는 방식이 많이 나오고 있으므로 차세대 TT에서는 개선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TT로드스터는 쿠페와 달리 전형적인 2인승 로드스터여서 시트 뒤쪽에 거의 여유가 없다. 다만 몇 개의 수납공간을 만들어 편의성을 더하고 있는데 시트 뒤의 수납공간을 사용하려면 시트를 원터치로 접을 수 있는 레버를 사용하면 다이얼을 번거롭게 돌리지 않고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2인승이면서도 탑을 수납하는 데 많은 공간이 할애되어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트렁크는 반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 큰 짐이 아니라면 쓰임새는 좋을 것 같다. 탑을 열면 시트 뒤쪽에 장착된 은색 롤 오버바가 시선을 잡아 끈다. 차량 전복 사고 시 승객을 보호하는 중요한 안전장비이면서 디자인적인 요소로 잘 발전시켰다. 롤 오버 바 가운데에는 전동식으로 작동되는 윈드 디플렉터를 마련했다. 웬만한 속도로 달리더라도 좌우 윈도우와 전동 디플렉터를 올린다면 바람의 들이침을 상당히 잘 막을 수 있다. 5밸브 4기통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한 고압 터보 엔진은 배기량 1,781cc로 최고출력 180마력/5500rpm, 최대토크 24.0Kg.m/1950~5000rpm 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팁트로닉 기능의 자동 6단이다. 이 팁트로닉 변속기는 반응이 좋아 자동변속기로서는 상당히 경쾌한 달리기를 제공한다. 사실 처음부터 팁트로닉 차량을 탄다면 굳이 수동변속기가 아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자동변속기 차량으로 이처럼 높은 만족감을 느낀 건 TT 로드스터가 거의 유일하다. 이런 느낌을 주는데 일조하는 중요한 다른 요소는 터보엔진이다. 터보레그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하게 작동하지만 터보엔진의 특성상 몸으로 느껴지는 두터운 토크의 상승이 일품이어서 더 큰 배기량의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실제 TT로드스터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8.4초이지만 의외로 느낌은 그 보다 더 빠른 7초대의 느낌이 들 정도다. 이는 1950rpm에서 이미 최대토크가 나와 굼뜨는 현상 없이 즉각적인 가속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당히 단단한 하체는 노면의 정보를 충실히 운전자에게 전하고 초 고속영역에 가기 전까진 안정감있는 자세를 유지해주고 핸들링도 예리하다. 지붕이 없으면서도 뛰어난 강성은 쿠페 못지 않은 안정감을 더한다. 하지만 과격한 핸들링이나 고속 코너링은 자제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작은 차체에 예쁜 디자인, 적은 배기량으로도 높은 성능을 뿜어내는 터보엔진, 거기다 편하면서도 매끄럽게 작동하는 팁트로닉 변속기가 더해진 TT 로드스터 팁트로닉은 여성운전자들이나 패션감각이 뛰어나면서도 고성능을 원하는 고객에게 강력하게 어필 할 수 있는 멋진 소형 스포츠 로드스터다. 세세한 부분들은 디테일 사진들과 함께 알아보자.